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성적표를 받아들 때의 그 조마
조마하던 마음은 아마도 평생 다시 없을텐데.....

선생님이 펜으로 지긋이 눌러쓰신 성적표에는 어김없이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로 성적이 표시되어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로 구분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수(秀)자야 ‘빼어날 수’이고 우(優)는 ‘우량’이라고 친다지만
아름다울 미(美)는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말 그대로라면 ‘성적이 아름답다’는 말인데 양(良)도 그렇답니다.

이 한자의 뜻은 어질다, 좋다, 훌륭하다 등 여러 뜻이 있는데 어째서
성적표에서는 낮은 성적을 의미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답니다.
 
가장 낮은 등급인 가(可)도 비슷한데 옳다, 허락하다, 듣다,
들어주다 등의 뜻이 있을 뿐 최하위 성적을 나타낼 만한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그런데 가(可)는 꼴찌를 뜻하는 말로 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수우미양가'에 대한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자료는 놀랍게도
<'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다' 김문길>속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을 그대로 옮겨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
이라는 이름도 그가 전쟁에서 적을 많이 죽이고 귀, 코를
많이 베어냈다 하여 오다노부나가가 내려준 이름이다.

당시 오다는 신하들이 잘라 온 적의 머리수로 등급을 매겨서
“수우양가”로 판정했는데 도요토미는 수(秀)에 속하니
히데요시(秀吉)라 했으며,

가장 뛰어난 가신이라 하여 도요토미(豊臣)이라는 성을 주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수우미양가로 매기는
학교가 많다, 이런 성적 평가는 일본 전국(戰全)시대에 생긴
평가 용어라고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우미양가’는 우리가
그렇게도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임진왜란의 원흉 '풍신수길'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랍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모르고 이 용어를 줄기차게 쓰고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부터 들여와 유래도 모르고 쓰고 있는 것으로
그것도 이상하게 중간에 ‘미’를 덧붙여서 말입니다.

또 일본은 2차 대전 패전 이후 이 ‘수우양가’를 쓰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우미양가’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럽고
그저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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