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파란 슬레이트 지붕에 빨간 고추가 아직은 따가운
햇볕 아래 가을 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것만큼 한국의 가을 초입을 곱게 물들이는 초벌 그림도 없답니다.

고추는 국민 1인 당 마른고추의 연간 소비량이 4㎏으로 쌀 다음으로
주요한 농산물로,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苦草)'라 표기했는데 이는 '苦(고)'자가
당시에는 '맵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랍니다.

고추의 붉은색은 불과 태양을 상징하여 잡귀를 쫓는 빛깔로
민간에서는 사귀(邪鬼)를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로 쓰였는데,

아기를 낳았을 때 대문 앞에 걸어놓았던 금줄도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서 였답니다.

'규합총서'에는 “김치나 그 밖의 조리에 알맞게 쓰라”고 되어
있으며 '임원십육지'에는 “성질이 대온(大溫)하여 매우 맵고
많이 먹으면 화(火)가 동하고 부스럼(瘡)이 생기게 하고
낙태한다”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것은 황금과 후추라고 하는데, 서양인들이
동양에 눈을 돌린 것은 이 두 가지를 손에 넣기 위해서 였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럽인들의 이 두 가지를 얻기 위한 모험
때문에 우리가 오늘날 남미 원산의 고추를 가장 많이 먹는
고추 대국이 되었다는 점인데...
 
1400년대만 해도 동양에서 들어온 후추는 육류의 부패를
막아 주고 고기 맛을 내는데 서양인에게는 꼭 필요한
향신료로 생각되었답니다.

그래서 포르투갈인들은 이 후추가 있다는 인도로 가기 위해
아프리카 남단을 멀리 돌아야 했답니다.

그러나 이 항해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정더로 위험했는데...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것도 이 후추를
값싸게 구하기 위해 인도로 가는 길에 생긴 일이랍니다.

그는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계속 서쪽으로 가면 인도에
닿을 것으로 믿었는데,

그러나 그가 우연히 도착한 신대륙에는 후추는 없고 옥수수
토마토, 감자, 고구마 같은 것이 있었답니다.

이곳에서 고추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콜럼부스와 함께
갔던 칸자라는 사람인데....

그는 멕시코 원주민들이 먹고 있는 아기(Agi)라는 향신료를
보고 붉은 후추(red pepper)로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서양인들에게 이것은 구미에 맞지 않았답니다.

이 고추가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15세기 중반...
 
이 고추는 얼마나 매웠는지 소주에 타 마시고 죽은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였답니다.

허브누리(www.herbnuri.co.kr) &(주)지식을 다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