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는 춘추전국시대에 중국에서 가장 부유했고 학문과
예술이 가장 번성하였는데...

어지럽게 분열되어 있던 중국에서 제환공(제나라의 왕)이 한 마디
하면 다른 나라의 왕들도 군말 없이 믿고 따라 주었으며 수시로
모든 왕들을 불러다 놓고 회의를 주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제환공은 춘추전국시대에 중국 전체를 호령하는
패자가 되게 되는데...

이러한 제환공을 중국의 패자로 만든 인물이 바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재상으로 꼽히는 '관중'이랍니다.

재상으로서 관중은 신의로 나라를 다스렸는데, 관중이 얼마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는데...

제나라가 노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겨서 노나라 땅의 일부를
할양 받는 조건으로 강화조약을 맺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회담장소에서 노나라 장군 한 사람이 갑자기 제환공에게
달려들어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노나라 땅을 포기할 것을 공식
선언하라고 협박하였답니다.
 
겁에 질린 제환공이 포기선언을 하고 말았는데.....

그러자 그 장수는 얼른 제 자리로 돌아가 시치미를 떼고 앉아
있었는데, 뒤늦게 화가 난 제환공은 방금 전의 선언이 무효임을
주장하려 했으나 관중이 나서서 말렸답니다.
 
아무리 협박에 의한 것이라도 군주가 한 번 선언한 약속을 어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간곡하게 간하였답니다.

제환공도 그 깊은 뜻을 알아차리고 관중의 권고에 따랐답니다.

비록 잘 못된 약속이라고 하더라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알아차릴 만큼 제환공은 영특
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제나라가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의 패자가 될 수 있었다면
은나라에 이어 중국을 통일한 주나라는 신뢰를 잃음으로써 망했는데,

주나라(서주) 마지막 왕인 유왕은 포사라는 여인을 사랑했는데,
중국에는 나라가 망할 즈음이면 경국지색이 나타난답니다.

포사는 경국지색이었는데, 미모 덕분에 황후의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이상하게도 포사는 절대 웃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왕은 포사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그러던 차에 하루는 국경수비대의 병졸들이 실수로 잘못된 봉화대
신호를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였답니다.

봉화대의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고 수도에 큰 변고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 수도방위군 장군들이 궁성을 구하기 위해 군사를
끌고 급히 달려 왔는데,

봉화대의 신호가 잘못 올라간 것이니 돌아가라고 왕이 말하자
장군들이 모두 황당해 하였답니다.

그런데, 장군들이 우왕좌왕하는 꼴을 보고 포사가 깔깔대며
웃었는데, 포사가 웃는 모습을 보자 왕은 크게 기뻐하였답니다.

그 후로는 포사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을 때마다 왕은 국경의
수비대에게 봉홧불을 피게 하였고, 속아서 달려온 수도방위군
장군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본 포사는 깔깔댔답니다.

그러나 정말 북쪽 오랑캐가 수도를 침범하였을 때는 장군들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왕이 완전히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나라 왕은 오랑캐에게 잡혀죽고 이로 인해 주나라(서주)는
망하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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