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수상 엔프바야라가 2000년 7월 2일 취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일이 있었는데...

그는 이 자리에서 자기의 진짜 성(姓)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해 외신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상인 엔프바야라만이 아닌데....

몽골 인들은 무려 6할이 넘는 사람들이 자기의 진짜 성을 모르며
이름만 있는 사람도 많답니다.

이는 1920년 소련이 몽골 통치에 들어가면서 몽골인의 애국심을
말살하기위해 성을 없애버린 때문이랍니다.

구 소련은 칭기즈칸에게 무너져 2백년 이상이나 몽골 제국의
지배를 받은 ‘원한’이 있었는데...

이 ‘8백 년 전 원한’을 갚기 위해 ‘혁명 완수’라는 미명으로 가계(家系)를
소중히 여기는 몽골 인들에게 성씨를 쓰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성씨가 없어져 버리면 위대한 선조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가 싹틀 수
없다는 치밀한 계산 때문이었답니다.

그 결과 가계가 뒤죽박죽되어 근친혼이 많아지면서 눈과 눈
사이가 멀어지고 튀어나오며 정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열성
후세가 태어나게 된답니다.

의사들은 이런 증세를 ‘몽고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답니다.

1990년 소련의 붕괴로 러시아의 멍에에서 벗어난 몽골 인들은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성씨의 복원에 전력을 기울였답니다.

세계적으로 성씨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과 미국인데, 일본은
읽기와 표기의 차이까지 계산에 넣으면 약 30만종의 성씨가 있는데
유일하게 성씨가 없는 것이 천황가(家)랍니다.

그런데 일본의 성씨는 같은 한문을 가지고도 읽는 법이 달라
남의 성을 바르게 읽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랍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난독 성명 동맹(難讀姓名同盟)’이 있는가 하면
‘성씨 읽기 퀴즈’까지 있을 정도였답니다.

참고로 미국에는 150만 종 이상의 성씨가 있고, 영국이 1만 수천,
핀란드가 수만, 유럽 전체에는 10만 이상의 성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구 12억의 중국은 500~5600종, 우리나라에는 약 270종의
성씨가 있다고 하는데...

요즘 한참 신용카드 광고를 통해 알려진 D씨는 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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