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가 바로 향기인데....

그러므로 '향(香)'은 향기를 뜻하는 글자로 ‘향’ 하면 곧바로
꽃향기를 떠올리게 되지만, 다소 엉뚱하게도 이 ‘향’자는
볏과의 곡물인 기장(黍)의 향을 가리킨답니다.

예전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그 해 거둔 기장을 제기에
올려놓고 축을 외었는데,

‘향(香)’이라는 글자는 이때의 기장(黍의 윗변 禾)과 가로
왈(曰)이 합쳐져 만들어진 문자이기 때문입니다.

기장은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산간 지역에서 재배한 일이
있으나 술이나 엿의 원료, 가축의 사료로 쓰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공자가 기장과 복숭아를 먹는 순서를
논했을 정도니까 꽤 비중이 큰 곡물이었던 모양입니다.

냄새를 뜻하는 한문에 ‘취(臭)’라는 글자가 또 있는데...

이 글자는 윗변이 코를 뜻하고 아래가 개를 뜻하는데
나쁜 냄새를 말할 때 주로 쓰입니다.

악취(惡臭), 체취(體臭)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옛날 여인네들은 네모진 향집을 노리개에 달아 그윽한 향내로
남정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도 했는데,

아시아 지역에서 과거에 가장 고급 향으로 치던 것에 바로
침향(沈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침향은 불교 의식과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이 향은 열대산
팥꽃나무과의 침향나무에서 채취합니다.

일명 ‘가라’라고도 하지만 질이 좋은 침향나무는 물에 가라앉기
때문에 침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나무는 원래 재질이 가볍고 백색, 회색에 가까우며 향기가
없지만 나무줄기에 상처를 내 땅에 오래 동안 묻어 두면 거기에
어떤 균이 생겨 수지분이 침착응집되면서 깊은 향이 생긴답니다.

향에는 여러 가지 효과가 있는데, 침향과 라벤더, 백단의 향은
알파파(波)를 내 진정 효과를 가져오며,

장미와 재스민의 향은 베타파를 내는 것을 촉진 시켜 흥분을
돋구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백단은 말레이시아 반도에서 인도네시아에 걸쳐 산출되는 키가
큰 나무이며 나무 의 심(芯)에서 방향을 채취한다고 합니다.

장미향을 맡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되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는데,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궁정은 물론 호화선에까지 장미향을
가득 채워 놓고 강한 로마제국의 장군들을 초대해,

자신의 ‘육향(肉香)’으로 정복한 것은 향이 얼마나 커다란 무기인지
입증하는 사례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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