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용어에 걷는 것과 같은 템포로 연주하라는 뜻의
‘안단테(andante)’가 있지만,

걸음도 걷기 나름인데, 빨리 걷기를 겨루는 경보의 남자 50km
세계기록은 3시간대에 있습니다.

걷는 게 목적이 아니고 취미를 즐기거나 다른 것을 하면서
걷는 것은 ‘램블링(Rambling)’이라 하는데, 요즘엔 렘블링을
하는 렘블러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무명전사 위령비 위병 교체식의 행진은
그야말로 구경거리 중에 구경거리인데,

무릎을 굽히지 않고 지면과 거의 수평이 되도록 다리를 허리
높이까지 들고 행진한답니다.

이것을 ‘거위발 행진(Goose step)’이라 하는데 프로이센
육군이 그 기원이라고 합니다.

골프를 할 때는 걸어서 그 수로 거리를 재는 일이 많은데....

이것이 바로 보측(步測)인데, 그 반대로 눈대중으로 거리를
재는 것은 목측(目測)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보측에서 유래된 단위들이 있는데, 길이의 단위에서
발의 길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 척관법과 피트법입니다.

동양의 1척(尺)과 서양의 1피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미터법으로 통일된 지금도 항공관제에서 비행 고도를 표시를
할 때는 피트를 쓰고 있습니다.

발의 길이를 길이 단위로 쓴 것은 수메르인들이 처음인데.....

영국에서 1피트를 12인치로 정한 것은 찰스 1세의 발의 길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1피트는 0.3048m인데 왕의 발이 이렇게 컸을 리 없습니다.

현대 유럽인 남성의 발 길이는 평균 24cm(9.4인치)로 그래서
신발을 신고 잰 길이였을 거라는 설이 유력하답니다.

사람의 걷는 속도는 시속 4km 정도로 대략 한 시간에 10리 정도를
걷는 셈이지만 ‘걸어서 몇 분 거리’라고 할 때는 보통 그 걸음을
1분에 80m로 잡는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걸음에서 나온 고사를 살펴볼까요?

조조의 아들 조식은 형이 7발 걷는 동안에 시를 못 지으면
그 자리에서 죽이겠다고 하자 즉석에서 형의 냉혹함을 시로
지었다 해서 ‘칠보지재(七步之才)’라고 했습니다.

연 나라 사람이 조 나라 수도 한단에 가 그곳 사람들의 걸음
거리를 흉내 내다 미처 못다 익히고 귀향하자 원래의 걸음
거리마저 잊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단지보’인데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
내다가는 연 나라 사람처럼 이도 저도 다 잃는 게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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